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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1.09도 뜨거워질 때 한반도는 1.8도 올라...지구 평균 훌쩍 넘었다. - 한국재난안전기술원
기술원
작성일 : 21-10-06 08:36  조회 : 438회 

지난 8월 전 세계 기상·기후학자들에게 기념할 만한 일이 있었다. 무려 8년 만에 IPCC 6차 보고서가 발간된 것이다. 미디어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기후변화보다는 늦여름 얼마나 많은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지에 관심이 더 많았다.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약자다.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협의체’이니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은 아니다. 기후변화와 그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여기서 작성된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FCCC)’의 주요 자료로 사용된다. UNFCCC는 온실 기체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국제 협약으로 교토의정서 및 파리협약 등이 있다.

불확실성 크게 줄인 IPCC 새 보고서

‘1.09′. 이번 보고서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숫자다. 과학자들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10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기(1850~1900년)에 비해 1.09도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수점 아래 두 자리까지 정확히 추정했다. 지금까지 보고된 그 어떤 수치보다 객관적인 값이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인간에 의한 것임이 명백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다소 식상한 결론일지 모르나,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다. 과학에 100% 확실한 것은 흔치 않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관측 자료의 불확실성, 분석 방법의 불확실성, 그리고 사용된 모형의 불확실성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세기 동안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려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가 인류에 의한 것임이 적어도 95% 이상 확실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기온 상승 그 자체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을지 모른다. 문제는 그로 인한 기상이변이다. 보고서는 산업혁명기 대비 기온이 1도 상승하면 폭염 발생 빈도는 2.8배 증가하고, 집중호우는 1.3배, 그리고 가뭄은 1.7배 빈번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폭염도 두렵지만, 더욱 두려운 것은 기온 상승과 함께 비가 극단적으로 많이 오는 날들과 극단적으로 적게 오는 날들이 동시에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지역은 집중호우가 많아져 홍수에 시달리고, 어떤 지역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가뭄과 산불에 시달리게 된다.

한국의 기후변화는 어떨까? 19세기 말 근대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됐고 1900년대 초에는 강릉,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목포 등으로 확대되었다. 전국 6개 관측소에서 기록된 기온과 강수량은 대한제국 시기인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시기를 제외하더라도 100년 넘게 관측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매우 정확하게 장기간의 기후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한반도 온난화, 지구 평균보다 극심

한반도 온난화 경향은 전 지구 평균보다 훨씬 강하다. 지난 100년간 연평균 기온은 1.8도 상승했다. 새벽에 측정한 최저 기온을 살펴보면 온난화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무려 2.4도나 상승했다. IPCC가 보고한 1.09도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그사이 여름은 19일 길어졌고 반면 겨울은 18일 짧아졌다. 폭염과 열대야가 빈번해진 것은 당연지사다. 폭염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4일 내외 발생했는데 과거 48년 기후값에 비해 40% 정도 많다. 새벽 열대야의 변화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10년간 열대야는 기후 값에 비해 거의 60%나 더 빈번해졌다.

강수량 증가 경향도 분명하다. 최근 30년간 연평균 강수량은 20세기 초에 비해 124㎜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변동성이 매우 커서 정량적인 변화를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일례로 2020년 역대급 장마가 찾아왔지만, 고작 5년 전인 2015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온 나라가 힘겨웠다. 10년도 안 되는 기간, 기록적인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발생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굳이 올여름 중부 유럽과 중국이 100년 만의 혹은 1000년 만의 홍수를 겪은 반면, 남부 유럽과 북아메리카는 장기간의 폭염과 광범위한 산불로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빈번한 기상이변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며, 이를 초래한 것이 인간 활동이라는 증거 또한 계속 쌓이고 있다.

대책은 없을까?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유엔은 2015년 ‘파리 기후 협정’으로 알려진 기후변화 협정을 체결했다.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가 합의한 이 협정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온난화를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1.5도로 기온 상승을 억제하더라도 전례 없는 기상이변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금세기 내 1.5도로 상승 억제” 목표, 과연…

‘1.5도’. IPCC 보고서에 기록된 1.09도에 너무나도 가깝다.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 1.5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과연 금세기 지구온난화를 1.5도로 국한시킬 수 있을까? 그 시작은 탄소중립이다. 이미 다수의 국가가 늦어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일부 국가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미 실행에 들어갔으며,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중국마저 2060년 탄소중립을 발표했다.

그러나 탄소중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IPCC 보고서는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 순흡수가 이루어져야 금세기 말까지 기온 상승을 1.5도로 국한시킬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지난 세기 대기 중에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지구인 모두가 지켜볼 일이다.

[조선일보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2021.10.06]